FLY

성태훈

SEONG TAE-HOON

 2017. 2. 15 - 3. 31

SEONG TAE-HUN



​"날아라 닭"

홍경한 미술평론가

수년전 늦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업실 앞마당에 수탉을 한 마리 키웠다. 어느날 그 닭은 나뭇가지 위에도 올라가고 지붕에도 올라갔다. 장난삼아 그 닭을 쫓아가면 그 닭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무로부터 제법 멀리 도망쳤다. 나의 날아라 닭 작품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야생에서 자란 닭은 날갯짓을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조금씩은 날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둠을 뚫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닭. 이것이 내가 이번 전시에서 작업을 통해 꿈꾸는 세계이다. 

- 성태훈 작가노트 中 -

성태훈은 천연옻칠 회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날아라 닭」은 그의 주된 연작이다. 해당 시리즈는 자연 상태에서 성장한 야생 닭의 날갯짓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의 닭들은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다. 창공을 힘차게 난다. 병아리와 어미 닭, 그리고 봉황으로 연계되는 이 퇴조한 새는, 그러나 그 어떤 새 못지않게 자유로울뿐더러 언제든 비상할 듯한 역동성을 갖고 있다. 물론 성태훈이 처음부터 닭을 주제로 한 작업에 몰입 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의 그림은 전통 수묵화에 가까웠다. 실경을 그리거나 평화로운 일상 속 천진난만한 아이 등을 한지에 수묵담채로 옮겼다. 때론 시들어가는 화초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시대성과 역사성을 관통하는 은유적 화법의 그림들도 그렸다. 질곡의 시기를 거치며 현실을 외면하지 않아온 작가로써 현장성이 도드라지거나 사회비판적인 작업들도 당시 꽤 많았다. 그러던 중 2010년경에 이르러 그의 그림은 변화를 맞았다. 작업실 앞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재미삼아 쫒던 중 잡히지 않으려 날개를 퍼덕이는 닭을 발견한 게 「날아라 닭」 시리즈의 시초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닭도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목적지까지 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회고 했다. 작가의 시선에 닭들의 날갯짓은 하나의 이상으로 그려졌다. 그것은 또한 작가 자신이 꿈꾸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몸짓과 갈음되는 것이었다. 즉, 더 이상 쓸모없어진 날개를 애써 퍼덕이며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애처로운 사람들, 부지런하게 현재를 걷지만 한편으론 절박함과 처연함이 투영된 우리네 초상이었던 셈이다. 문명의 이면에 놓인 비현실적 사건들과 부조화된 삶과 현실을 치환하는 방법으로써 선택된 「날아라 닭」은 이처럼 날 수 없을지라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 설사 희망 없는 세상일 지라도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 특히 그에게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닭은 우리 소시민들의 잃어버릴 수 없는 이상과 희망의 치환이었고, 험난한 세상(도시와 숲 등) 위를 가로지르는 닭들처럼 고통과 번민, 역경을 딛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자는 유토피아의 다른 언어였다. 성태훈의 작업은 '옻칠'을 입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우선 가벼운 느낌의 화학 안료와는 달리 고급스러운 광택을 낼 수 있었고, 작품 보존력도 길어졌다. 나아가 작품에서 은은하게 우러나는 색과 독특한 기품, 깊이감은 여타 재료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 실제로 그의 옻칠회화는 작업 과정이 고되고 복잡하다는 점,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유화나 아크릴, 수묵화와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재료의 특성으로 인한 독특한 심미성은 물론이고 화판에 천을 덧댄 후 수없이 덧칠한 천연옻칠은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재료로써 그 매력이 남달랐다. 때문에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다소 해학적인 묘사가 등장함에도 진중한 멋이 있다. 묘한 무게감이 있다. 어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 낸 현실에서의 작가적 삶의 투과이면서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사유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도 듬쑥해졌다. 때문에 그의 옻칠화는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를 감내하며 일궈낸 변화라는 사실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Grand Hyatt Seoul LL, 322, Sowol-ro, Yongsan-gu, Seoul, South  Korea

+82 2 6953 9879   info@trinityseoul.com   © COPYRIGHT 2016 THE TRINITY.  ALL RIGHTS RESERVED.

Grand Hyatt Seoul LL, 322, Sowol-ro, Yongsan-gu, Seoul, South  Korea

+82 2 6953 9879   info@trinityseoul.com   © COPYRIGHT 2016 THE TRINITY.  ALL RIGHTS RESERVED.

Grand Hyatt Seoul LL, 322, Sowol-ro, Yongsan-gu, Seoul, South  Korea

+82 2 6953 9879   info@trinityseoul.com   © COPYRIGHT 2016 THE TRINITY.  ALL RIGHTS RESERVED.